미국 뇌성마비 코미디언 조시 블루-②
이찬우
정책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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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8 08:06


진정한 코미디언은 사람들을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저절로 웃도록 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거장 코미디언이라면 고 이주일씨를 꼽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별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냥 웃는다. 그가 한 말을 기억한다. 가기가 제일 꺼려지는 곳이 초상집이라고. 정작 슬퍼해야 할 초상집에 그가 나타나면 웃음을 참지 못한다고 했다.
조시 블루가 그렇다. 그를 보기만 해도 사람들은 웃는다. 눈 한번만 깜박거려도 사람들은 포복절도를 한다. 그는 무대에 설 때도 대본 연습이 없다. 코미디를 위해서 노트하는 법도 없다. 타고난 순발력으로 코미디에 임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탁월한 몸짓과 언변을 이용해 관객들에게 다가서면 우스워서 견디지를 못한다.
그의 코미디 소재는 장애다. 그것도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코미디를 만들어 관객을 웃긴다. 그의 단명을 예견했던 사람들의 비평도 무리가 아니다. 그 단순한 소재로 관객을 며칠, 몇 달이나 웃길 수 있을까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떠오르는 별로 인정받으며 끝없이 치솟고 있다.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장애인)자신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무언가를 보여 준다.”고.
장애로 인해 신체의 일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변형되면 장애인들은 그 부분을 드러내거나 입에 올리는 것을 꺼린다. 그것은 오랜 세월 장애와 비장애인의 거리를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엄연한 현실을 놓고 거론하기를 꺼리며 비켜갈 때 그것은 하나의 견고한 벽을 형성한다. 조시는 그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오른팔을 그는 ‘나쁜 팔’이라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으며 소재로 사용했다. 다음의 코미디는 그의 그런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갑자기 지갑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조시 블루의 오른팔은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를 않는다. 그는 손에 지갑을 쥔 흉내를 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지갑을 보려 하면 팔이 뒤틀려 뒤로 돌아가 손이 보이지를 않는다. 그가 손을 보기 위해 몸을 휙 돌려 왼쪽으로 뒤를 보려하면 손이 앞으로가 다시 보이지를 않는다. 그가 몸을 이쪽저쪽으로 날렵하게 돌려 지갑을 보려 해도 손은 반대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나는 여행지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경찰을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경찰이 말해 주더군요. 손에 있지 않느냐고…”
그는 지금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벽을 허물고 있다. 무대에 올라 유난히 크게 오른팔을 흔들며 코미디를 할 때 관객은 듣는다, 장애와 비장애의 벽이 허물어지는 소리를. 그는 미국 사회에서 장애 문화를 새로 쓰고 있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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