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사례 ⑨ 안미나 | 편집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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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사례 ⑨ 안미나 | 편집 디자이너

노태형 0 1163

 

안미나 | 편집 디자이너 (한마음일터 근무)

  

디자인은 기본적인 프로그램 툴만 공부해두면 얼마든지 다양한 분야로 응용과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일을 하다 보면 자기의 재능과 적성을 잘 살려나갈 수 있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날마다 진화를 꿈꾸는 프로 디자이너

2살 때 버스와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녀의 고향 이천의 병원 의사는 눈에 띄는 외상이 없으니까 통원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때 만약 병원 선택지가 달랐다면 지금의 삶도 달라졌을까. 안미나씨에게 유년의 기억은 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유치원 때부터이므로 비장애인으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른 채 선천적인 장애인처럼 살았다.

그녀의 고향은 병원뿐 아니라 모든 게 열악했다. ··고등학교 모두 장애인 시설이 전혀 안 되서 학교생활 내내 부모님이 등하교를 시켜주었다. 안미나씨 가족도 학교에 무언가를 요구할 줄 몰랐고, 학교에서도 장애인 학생을 위해 뭘 해줘야하는지 몰랐으므로 계단이 한 두 개 정도면 안미나씨 부모님이 자비를 들여 공사를 해서 다녔다. 학교에서는 그녀가 속한 학급을 항상 1층으로 배치해주는 성의 정도를 보였다.

순박한 시골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문방구가 가까워서 좋다고 했어요. 덕분에 저도 특별히 장애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유년과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장애가 이런 거구나폭풍울음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의 장애를 불편하게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은 장애인이라는 그녀의 처지를 고려해서인지 안정적인 공무원의 길을 권했다.

반발심이었는지 몰라도 장애 때문에 원하지 않는 진로를 선택해야 되나 하는 생각으로 평소 생각했던 디자인 쪽의 한 학교에 사전미팅을 잡았어요. 그런데 그 학교에서 장애인 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서류전형 조차 힘들겠다는 답변이 온 거예요.”

장애가 인생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느끼고 엄청 울었다. 그녀가 두 번째로 울었던 기억은 차선으로 선택한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한 후 첫 직장에 취업하고 나서이다.

그때까지도 독립해서 살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천에서 서울까지 부모님이 출퇴근을 시켜주셨어요. 그렇게 한 달 인턴 생활을 하니까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원하던 직장이었는데 제 여건이 안 돼서 포기해야 하니까 속이 상해서 많이 울었어요.”

그 무렵 허리 수술도 받아야 할 상황이어서 직장을 그만 두고 재택근무를 5년쯤 했다. 그러나 장애 때문에 불가피했던 차선택이라는 게 견디기 힘들었고, 재택근무자는 장애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복지 혜택에서도 제외된다는 점이 부당하게 느껴졌다. 고민 끝에 사회복지시설인 지금의 직장에 취업한지 어느 덧 5년 반의 세월이 흘렀다.

 

실력을 인정받을 때가 가장 보람

안미나씨의 직업은 편집 디자이너다. 5년차가 넘으면서 제법 단골 거래처도 많이 생겼는데 그 중에서는 서울이 아닌 지방 의뢰자들도 많다. 지방의 경우 담당자와 직접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일과 관련해서 커뮤니케이션도 힘들고, 작업 내용을 매번 택배로 주고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더 발생해도 선생님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절대 다른 곳에 맡길 수 없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면 고생한 보람이 있다.

일하면서 가장 힘이 나는 순간은 뭐니뭐니 해도 실력을 인정받을 때라고 말하는 안미나씨는 디자인 분야는 척수장애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직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디자인은 기본적인 프로그램 툴만 공부해두면 얼마든지 응용과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일을 하다 보면 자기의 재능과 적성을 잘 살려나갈 수 있는 여러 갈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퇴근 후에도 자기계발에 열심

이즈음 안미나씨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건강관리이다. 입사하고 나서 그녀는 3개월 간 병가를 낸 적이 있다.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면서 생긴 욕창 때문에 당분간 휴식이 필요해서 병가를 낸 것이다.

본인의 부재로 팀원들도 힘들고, 부서 업무에도 차질이 생기는 게 눈에 보이니까 쉬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때 두 번 다시 병가를 내는 일이 없도록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자고 스스로 결심했다.

다음으로 그녀가 신경쓰는 것은 자기계발이다. 그녀는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여 디자인과 사회복지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가지며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냥, 재미있어요.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학생 때는 없었던 학구열이 직장 다니면서 뿜뿜 샘솟는 것이 저도 신기하네요.”

현재를 만족하며 끊임없이 즐거운 도전을 하는 안미나씨. 그녀는 날마다 한걸음 더, 진화를 꿈꾸는 진정한 프로디자이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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