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권리보장센터? 10년 전에 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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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장애인권리보장센터? 10년 전에 했더라면..


인재양성과 인적교류 최우선 과업 돼야

통 큰 투자와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 필수



최근 발표된 제6차 장애인정책개발5년계획(2023~2027)의 권익증진 부분에서 ‘국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국제장애인권리보장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국제협력사업 확대, 오픈아카이브 구축 등 민관협력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라는 계획이 있었다.

한 언론은 이와 관련하여 ‘포스트(Post) 인천전략’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장애인권리보장센터(국제센터)를 설립하고, 국제센터 설치 준비를 위한 연구를 실시하고, 하반기에는 국제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단을 설치 운영한다고 전하고 관련 예산(2억 3,100만원)도 확보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한국이 주도하는 제3차 아태장애인10년이 끝나고 제4차는 인도네시아가 주도하는 모양인데 ‘이제야 웬 뒷북?’ 하는 생각이다. 우리의 잔치 때는 무덤덤하다가 이제야 이런 계획을 내는 이유는 무엇이지?

한국 정부가 아태지역의 장애인복지와 인권을 향상하려는 숭고한 책임감이 발동했을까?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3차 10년의 최종 평가를 위한 정부 간 고위급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천전략의 모든 목표 실현과 자카르타 선언 이행 등을 지속하겠다고 했다는데 그 연장선인가?

한국이 아태지역의 장애인 복지발전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데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10년 전에 이런 계획을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아쉬움과 속상함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주도한 제2차 아태장애인10년에서 일본 정부와 장애인단체의 준비과정과 협력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보아왔던 활동가로서 일본의 여러 상황이 아주 부러웠다. 일본은 많은 투자와 교육, 연수를 통해 인적교류로 다양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일본 정부는 오사카에 국제장애인교류센터(빅아이)를 “유엔·장애인의 10년(1983~1992년)”을 기념하여 2001년에 후생노동성이 장애인의 「완전 참가와 평등」의 실현을 도모하는 상징적인 시설로서 건립했다. 이 시설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민과 관의 복지관련 기관들이 성지 순례하듯이 방문하는 곳이다.

또 일본은 지난 제2차 아태장애인 10년(2003~2012)을 기념해 태국 방콕에 아태장애센터(Asia Pacific Development Center on Disability; APCD)를 설립한 바 있다. 아태장애센터는 제1차 아시아 태평양 장애인 10년(1993-2002년)의 유산으로 태국 방콕에서 사회 개발 및 인간 안보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and Human Security), 태국 왕실 정부 및 일본 국제 협력 기구(JICA)의 공동 협력으로 2001년 7월 설립을 결정하고, 2002년 8월부터 개관했다.

아태장애인10년과 관련된 회의가 있을 때마다 방문하는 곳이 태국의 방콕이었다. 이곳에 ESCAP(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아시아 태평양 경제 사회 위원회) 본부가 있기 때문이다. ESCAP 본부 근처에 있는 아태장애인센터에서 행사도 하고 아태지역의 장애인 활동가들과 교류하였다. 진심으로 너무 부러웠다.

제3차 아태장애인10년(인천전략)을 한국의 장애인단체들과 준비하면서 인적교류를 위한 이러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요구했다. 2차를 마무리하고 3차를 준비하는 행사인 2012인천세계장애대회가 열린 송도에 인천전략센터(가칭)을 지어서 아태장애인들과 교류하고 국내외 전문가를 양성하고 교류하면 좋겠다고 꾸준히 요청했다. 송도는 인천공항과 가까워 지리적으로 좋다. 반응이 없어 대안으로 KOICA의 인재교육원을 장애 친화적으로 개조하여 인적교류를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진행된 것은 없었다.

아태지역에 국제회의를 가면 외국인 활동가가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심지어 일본어로 회의를 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란 경험이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의 ‘더스킨 장애인 리더육성 해외연수 파견사업’으로 해외의 장애인 활동가들을 1년간 장기 연수를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연수를 마친 장애인 활동가는 모국으로 돌아가 가교 구실을 하는 인적자원이 된다. 공적인 네트워크는 중요하다. 그러나 민간의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

잃어버린 10년이 너무 아깝다. 그때 이런 일들을 했다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사람을 키우지 않고 인적교류에 소홀하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제라도 무엇인가를 한다니 적극 지지는 하지만, 통 큰 투자와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 없이는 새로운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국제센터의 규모와 성격에 관심이 많이 간다. 하드웨어가 없는 일반적인 센터인지, 태국에 있는 아태장애센터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겸비한 센터가 될 것인지 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무국을 국제센터로 개명하고 지금 하는 일들을 유사한 인력과 예산으로 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이 틀렸으면 참 좋겠다.

빨리 방향이 정해져서 에너지 넘치는 국제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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