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환자에게 진정한 도움 주는 학회로
대한척수학회 이범석 회장
대한척수학회가 척수환자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학회로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
대한척수학회 이범석 신임회장(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재활의학과)은 척수환자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다학제 위원회’ 활성화와 ‘온라인 교육센터’를 설치, 척수장애인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는 다짐이다.
다학제-온라인 교육 확대…수준 높은 전문가 교육의 장 마련
“그동안 많은 척수환자를 진료하며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빠짐없이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올해 학회 내 다학제 위원회와 온라인 교육센터를 설립해 전국의 학회 회원 및 환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대폭 넓히고자 합니다.”
이범석 회장은 국립재활원에서 26년간 근무하고, 현재는 국제성모병원에서 진료하며 약 1만 명에 가까운 척수환자를 치료해 왔다. 특히 국립재활원 재직 당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척수치료 전문 병원들을 두루 연수하는 기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재활원에 척수환자들을 위한 장애인 성재활 프로그램, 척수환자 운전재활 프로그램, 척수환자의 장애예방강사 활동, 스포츠 선수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척수환자를 위한 2박 3일 방광검진 프로그램, 최중증 척수손상환자 모임(정상회) 설립, 보조기 클리닉 등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다양한 재활 및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 및 세팅했다. 이에 대해 “국립재활원의 지원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다양한 교육, 연수 프로그램 참여로 많은 국제적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새로운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아시아 지역도 도울 수 있었다”며 “이러한 경험과 지식을 척수를 돌보는 젊은 전문가들에게 전수하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국내에 척수 환자는 뇌졸중 환자에 비해 숫자가 적고, 척수환자 진료에 경험이 많은 병원도 부족하여, 안타깝게도 병원에서 척수환자를 돌보는 관련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이 회장은 올해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다학제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올 2월 춘계학술대회에서 다학제 특별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첫 진행인데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다학제 분야 회원들이 전문적인 교육에 목말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이를 이어 “다학제 각 전문분야별 분과위원장을 임명하여 올 가을 학술대회부터는 각 분과별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에 흩어져있는 젊은 의사들은 매번 서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온라인교육센터’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젊은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척수환자를 보면서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학회 홈페이지에서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다시 배울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척수환자 방광관리 및 성공적 사회복귀 위한 노력 지속
과거에 ‘척수손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교통사고, 낙상, 스포츠 사고를 비롯해 ‘젊은 남성’에서 많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안전벨트가 법제화되면서 교통사고에 의학 척수손상은 줄어들고, 고령화에 따른 척추의 퇴행성 변화, 경추 디스크나 협착증, 후종인대골화증 등에 의한 척수손상 환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척수환자의 치료와 재활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로 ‘방광 관리’를 꼽는다. “2차 세계 대전 이전에는 척수환자들의 방광관리가 안되어서, 많은 척수환자들이 수년 내에 신부전으로 사망했지만, 이후 생명과 직결되는 방광 관리를 위한 방법들이 개발되어 생명 연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예로 배를 눌러서 소변을 보지 않고, 하루 5번 도뇨관을 요도를 통해 방광에 넣어서 소변을 빼는 ‘청결 간헐적 도뇨법(CIC)’을 꼽으며, “CIC를 잘하면 콩팥이 손상되지 않아서, 척수손상 후 발생하는 신장손상에 의한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비롯해 이 회장은 “국립재활원에서 진행한 척수환자들의 방광과 신장 관리를 위해 1~2년에 한 번 2박 3일간 입원을 통해 검사를 진행하고 건강관리 플랜을 세워주는 ‘척수환자 방광종합검진 프로그램’을 국제성모병원에서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앞으로 더 많은 현장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척수환자들의 방광관리체계가 CIC를 중심으로 잘 정립된 것은 국제적으로도 큰 자랑이라는 이 회장. “이렇게 모범이 될만한 배뇨관리 방법의 정착에는 CIC 카테터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의 뒷받침이 크다”며 “이는 대한척수학회 전문가들이 한국척수장애인협회와 협력하여 좋은 제도가 시행될 수 있었다”는 것. 이어 “최근에는 별도의 윤활과정이 필요 없고 사용시 통증이나 요로감염을 줄여주는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며 “이러한 고품질의 CIC 제품은 척수환자들이 CIC를 배뇨방법으로 받아들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장애 수용 통한 사회 복귀’ 함께 도와야
“척수환자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병원 생활을 너무 오래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장애를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장애수용을 통해 휠체어를 타고서도 어떻게 하면 멋지게 살 것인가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 병원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척수환자의 입원기간이 1~2년이나 되어, 입원기간이 전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다. 재활치료를 오래 받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면 사회와 가족과 단절이 되기 쉽다는 것.
척수환자들이 성공적으로 사회로 돌아가려면 ‘장애수용’과 ‘사회복귀를 돕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회장. 이를 위해 국립재활원에서는 입원 기간 중, 환자가 치료사와 같이 휠체어를 타고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식사를 하는 경험, 휠체어 장애인 국가대표 훈련장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도왔다. “처음에 휠체어를 타고 백화점에 들어가면 매우 당혹해하지만, 신기하게도 백화점에 들어가서 10분만 지나면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이 편안해지고 용기가 생기는 경험을 한다”며 “퇴원해서 집으로 가면 위축되어 나오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집으로 가기 전 이러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척수손상 전문가들이 할 일은, 어느 날 사고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절망스러운 마음을 공감해주고, 성공적인 삶의 길로 인도해주는 것”이라며, “짧은 임기지만 이러한 틀을 잡아주는 노력을 해 나가겠다”는 이 회장의 다짐이 든든하다.
출처 : e-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