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사례 ④ 김보현 | 치과 교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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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사례 ④ 김보현 | 치과 교정 전문의

노태형 0 2897

 

김보현 | 치과 교정 전문의 (서울연세감성치과 교정과 원장)

  

사고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가 된 이후에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환자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직업적인 사명감도 더 강해졌어요. 환자의 불편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이 오히려 장애인에게 괜찮은 직업인 것 같아요.”

 

장애가 오히려 기회, 치과의사로 우뚝 서다

치과의사 레지던트를 하고 있던 3년 전 주말에 서핑을 하러갔다가 척수경색이 와서 하루아침에 지체 1급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서핑으로 인한 척수혈관 경색으로 흉수 7번 이하 레벨까지도 손상이 된 케이스입니다.”

김보현씨의 병원 생활은 7개월로 비교적 짧았다. 우선은 레지던트 3년 과정 중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생활이 더 길어지면 레지던트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무래도 본인이 의료인이다 보니 현실에 대한 인정이 빨랐던 측면이 있다. 자신의 특이한 사례와 관련된 해외 논문을 집요하게 찾아본 결과 개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질환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치과에서도 신경손상이 되면 돌아올 가능성을 6개월 정도까지 보거든요. 재활병원에서도 그와 비슷한 진단으로 6개월까지는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재활훈련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회복을 기다려보는 입장이 아니었을까 해요. 상황 판단을 스스로 했기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일상생활로 복귀하기 위한 간단한 재활만 마친 채 병원을 더 빨리 나오게 된 거죠.”

 

레지던트 2년차에 닥친 사고

김보현씨의 아버지는 외과의사였다. 김보현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료인의 길을 걷고자 하였고,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이후에 치과대학원에 다시 입학을 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고, 환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뿐 아니라,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치의학이라는 학문에 끌렸기 때문이다.

치의학은 구강 및 악안면부 불편함에 대한 치료의 결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학문이고, 그 효과도 비교적 확실한 편입니다. 제 손 끝에서 환자들의 아픔과 불편함을 빠르게 치료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 잘 맞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러나 레지던트 2년차에 닥친 사고로 인해 김보현씨는 영영 의사생활을 할 수 없으리라고 절망했다. 입원해있는 6개월 동안은 조금만 오래 앉아 있어도 어지러워서 재활훈련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다

치과 치료를 하려면 발로 페달을 눌러야 하고, 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보려면 몸이 한쪽으로 많이 쏠리게 되는데 과연 내가 휠체어를 타고 다시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생각을 바꿨죠. 단지 진료용 치과 의자가 아니라 휠체어에 앉아있을 뿐, 똑같이 앉아서 하는 일이니 할 수 있을 거야.”

그런 마음으로 수련을 받던 아산병원으로 돌아갔을 때 담당 교수님은 생각보다 심각한 그의 상태를 보고 많이 걱정했다.

교수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간단한 스케일링부터 해보자고 권유하셨고 한 가지씩 다시 하면서 ,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금 그는 서울 신길동 연세감성치과에서 치아교정 전문의로 일 하고 있다. 환자가 많은 날은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기도 한다. 가만히 있으면 저리고 아픈 몸도 환자를 보는 순간에는 집중이 되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통증이 사라지니 신기한 일이다.

사고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가 된 이후에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환자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직업적인 사명감도 더 강해졌어요. 환자의 불편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이 오히려 장애인에게 괜찮은 직업인 것 같아요.”

 

장애인식개선 활동에 관심

직장생활이 안정되면서 김보현씨는 치과 업무 이외에 다른 여러 가지 활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에서 그가 최근 관심을 갖는 분야는 장애인식개선 강사 활동이다.

그의 환자들조차 처음에 휠체어를 탄 의사를 보고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을 보고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김보현씨는 휠체어를 탄 치과의사로서 자신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계단이 있는 음식점이라도 주인이 친절하면 거기에 못 갈 이유가 없는 거고요. 반대로 계단도 없고 편하게 입장할 수 있는 음식점이라도 장애인 사절이라는 분위기가 느껴지면 안 가게 되는 거죠. 그만큼 사회의 인식이란 게 중요해요.”

그는 어렵게 재기한 만큼 의사 직분에 충실 할 것이며,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사회적인 인식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그게 직업이든, 봉사든 꾸준히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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