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사례 ⑲ 함정균 | 함박TV 운영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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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사례 ⑲ 함정균 | 함박TV 운영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노태형 0 1395

 

함정균 | 함박TV 운영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하철을 타 볼 엄두를 못 냈는데 영상을 보고 용기를 냈다는 장애인도 있고요. 환승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유모차 아기엄마가 유튜브 잘보고 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는 내가 지금 잘 가고 있구나 싶어 뿌듯했습니다.”

 

즐겁고 알찬 함박TV’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엔지니어에서 마술사로, 마술사에서 다시 1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함정균씨. 올해 그는 한국 나이로 40대 중반이다. 후천적 사고로 장애를 입은 아픈 히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직업과 관련된 그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비장애인이었을 때도 그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접고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눈을 돌렸으며, 사고 후 큰 좌절을 겪고 난 후에도 용기있게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사고를 당한 것은 2013년 봄, 오토바이 첫 투어였다. 속초를 가다가 미시령 터널을 진입하기 전 커브길에서 앞서 달리던 일행이 넘어졌고, 그를 피하려던 함정균씨는 가드레일에 머리를 박고 오토바이에서 이탈하면서 경수 3, 4, 5번에 큰 손상을 입었다.

속초시내 병원으로 갔다가 의사가 없어 서울 안암동 고대병원으로 옮겨 다음날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나빴다.

 

취미로 시작한 동영상 편집

사고 당시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의 첫 직업은 네트워크 엔지니어였다. 건물 내 혹은 한 사무실 내 여러 대 설치되어 있는 PC의 인트라넷을 연결해주고, 서버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해주는 일이었다. 무선 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지금은 인기가 없어졌지만 IT관련 사업이 대세로 떠오르던 2000년대 초만 해도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인기직종이었고 연봉도 꽤 높았다.

우연한 기회에 사람들 앞에서 나를 소개하는 2분 스피치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마술쇼를 선택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취미로 시작한 마술이 직업이 되었죠.”

무대마술로 본격 전업하여 기업체 송년회, 백화점 VIP대상 소극장 공연, 장애인 단체 행사 등에 나가 공연을 했다. 수입도 괜찮았다. 재미도 있고, 근자감이 한껏 상승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닥친 불행의 그림자. 함정균씨 역시 사고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지나게 되는 과정을 똑같이 지나왔다. 움직이지 않은 사지를 인정할 수 없어서 분노하고, 울고, 절망하였으며 사람들하고 마주치기 싫어서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았다. 그러나 뼛속까지 똘똘 뭉친 열정과 도전의식은 폭풍 같은 시기에도 그로 하여금 무언가에 계속 몰두하게 했다.

병원에 있을 때부터 노트북을 한 대 구입해 영상편집을 하다가 유튜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유튜브는 재미로 보기도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서 보는 사람도 많아서 지하철역의 환승 경로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환승역 엘리베이터 찾기 힘들다구요?

장애인은 물론이고 노인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젊은 엄마들은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꼭 이용해야 하는데 여러 노선이 교차하는 복잡한 환승역일수록 표지판만 보고는 엘리베이터를 찾기도 힘들고, 동선이 비효율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많은 이용객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이용객들에게 엘리베이터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정보도 주고, 불편한 동선이라면 다 같이 개선하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유튜브 함박TV이다. 채널 이름은 함정균씨와 함께 참여하는 친구 박병준씨의 성을 따서 만들었다. 지금까지 함박TV는 서울, 경기, 인천을 연결하는 100개의 환승역 중 굳이 촬영할 필요가 없는 8개의 환승역을 제외한 92개의 동영상 작업을 완료했다.

댓글로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지하철을 타 볼 엄두를 못 냈는데 영상을 보고 용기를 냈다는 장애인도 있고요. 한번은 유튜브 강의를 하러 가다가 단대오거리역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유모차를 끈 아기엄마가 유튜브 잘보고 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왔어요. 내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싶어 뿌듯했지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뱅크

장애인으로서 먹고 살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일이었다면 콘텐츠에 제약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함정균씨는 오히려 장애인으로서 겪는 자신의 불편함을 콘텐츠로 삼았다. 그가 다음으로 기획하고 있는 콘텐츠도 모든 종류의 휠체어와 보장구를 이용해본 리뷰 영상,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여행정보 영상 등이다. 여행 영상은 그 자신이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만날 때마다 이런 곳을 장애인들이 혼자 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안타까움을 느껴 꼭 해보고 싶었던 내용이다. 여행지의 뷰를 테마로 하되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쉬운 숙소나 식당 등 여러 가지 팁을 곁들인 여행정보 영상을 만들 예정이다.

유튜브 수익에서 광고 비중은 약 10%정도에 불과해요. 그보다는 콘텐츠와 관련된 곳에서 파생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많아요. 아이디어와 기획만 잘 하면 유망한 직업입니다.”

예전에 마술사를 행복한 직업으로 즐겼듯이 지금 하는 일도 하나의 놀이처럼 한다는 그의 머릿속에는 미처 세상에 나오지 않은,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숨어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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